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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9세 소녀까지 강제불임수술…日 정부는 왜 사죄하지 않나?
입력 2018.02.22 (14:38)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9세 소녀까지 강제불임수술…日 정부는 왜 사죄하지 않나?
'단종법(斷種法)'은 나치 독일이 지난 1933년 만들어낸 법이다. '유전 질환 자손 방지를 위한 법률'이 정식 명칭으로 즉 유전적으로 전해질 수 있는 병을 가진 이에게 강제적으로 불임 수술을 하게 하는 법이었다.

본인이 아닌 제 3자가 신청할 수 있는 데다, 유대인을 말살하려는 나치 정권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결국 독일 내 유대인의 씨를 말리려는 정책으로 입안된 악법이다. 남아있는 기록으로만 약 5만 6천여 명이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았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엄성을 지키려는 마지막 선마저 지키지 않았던 일종의 인종 개량법으로 악명 높은 법이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50년 가까이 일본에서 같은 법이 시행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생(優生)보호법'…. 9세 소녀를 강제로 수술대에 올리다.

'우생(優生)보호법'. 일본에서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존재했던 법의 이름이다. 구조나 실행 방법은 나치 독일의 것 그대로다.

"불량자손의 출생 방지"라는 목적을 내걸고는 유전성 질환이나, 지적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했다. 의사가 대상자를 진단한 뒤 불임 수술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이후 각 지자체에 설치된 심의회에 신청만 하면 된다. 장애에 따라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심의회에서 '적합' 판정만 나오면 본인의 동의조차 필요 없는 글자 그대로 강제 불임 수술이 이뤄진다.

실상은 참혹할 지경이다.

기록이 남아있는 미야기 현의 경우를 보면 63년부터 81년까지 사이에 859명의 남녀에게 불임 수술이 이뤄졌고, 그 가운데 반수를 넘는 52%가 미성년자였다고 한다. 최연소는 9살 소녀 2명. 남자로는 10살짜리 소년이 불임 수술을 당했다.
22일 교도 통신은 대상자가 명기된 23개 도도부현(우리의 광역지자체)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반수가 넘는 13개 도도부현에서 미성년자에게도 강제불임 수술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여아의 경우 개복수술까지 해야 했던 만큼 얼마나 큰 상처를 어린 소녀에게 남겼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홋카이도와 치바에서 '11세', 야마가타·가나자와·기후·교토에서 '12세', 후쿠시마·미에·나라·히로시마에서 '13세' 등등 각 지역에서 얼마나 어린아이에게까지 강제 불임수술을 했는지 이제서야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실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이니치 신문은 '위생연보'를 조사한 결과 모두 1만 6,475명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수술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을 보면 심지어 50년대 지자체의 책자에는 "우생 수술 1,000건 돌파", "전국 1위 실적" 등등의 기술이 있다고 한다. 수술을 장려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 간 '인간 선별하기'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96년까지 불과 22년 전까지 20세기 일본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에는 적법했다."...사과조차 않는 일본 정부

이러한 야만적 행위에 대해 UN 위원회는 지난 98년 보상을 권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당시는 적법이었다"며 보상은 커녕 정확한 조사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같은 정책을 폈던 독일이 이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했고,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75년까지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스웨덴이 97년 어두운 진실이 알려진 직후 조사에 착수해 99년 피해자에 대한 보상법을 제정한 것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의 태도는 이해조차 불가능할 지경이다.

지난 1월 우생보호법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지난 1월 우생보호법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피해자들 가운데 지적장애인도 상당수여서 피해자 당사자에 의한 문제 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 지난 1월에야 처음으로 미야기 현에서 60대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다라고 하는 헌법 1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과거를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어두운 과거를 애써 외면하며 현재를 면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보면, 많은 부분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특파원리포트] 9세 소녀까지 강제불임수술…日 정부는 왜 사죄하지 않나?
    • 입력 2018.02.22 (14:38)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9세 소녀까지 강제불임수술…日 정부는 왜 사죄하지 않나?
'단종법(斷種法)'은 나치 독일이 지난 1933년 만들어낸 법이다. '유전 질환 자손 방지를 위한 법률'이 정식 명칭으로 즉 유전적으로 전해질 수 있는 병을 가진 이에게 강제적으로 불임 수술을 하게 하는 법이었다.

본인이 아닌 제 3자가 신청할 수 있는 데다, 유대인을 말살하려는 나치 정권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결국 독일 내 유대인의 씨를 말리려는 정책으로 입안된 악법이다. 남아있는 기록으로만 약 5만 6천여 명이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았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엄성을 지키려는 마지막 선마저 지키지 않았던 일종의 인종 개량법으로 악명 높은 법이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50년 가까이 일본에서 같은 법이 시행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생(優生)보호법'…. 9세 소녀를 강제로 수술대에 올리다.

'우생(優生)보호법'. 일본에서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존재했던 법의 이름이다. 구조나 실행 방법은 나치 독일의 것 그대로다.

"불량자손의 출생 방지"라는 목적을 내걸고는 유전성 질환이나, 지적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했다. 의사가 대상자를 진단한 뒤 불임 수술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이후 각 지자체에 설치된 심의회에 신청만 하면 된다. 장애에 따라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심의회에서 '적합' 판정만 나오면 본인의 동의조차 필요 없는 글자 그대로 강제 불임 수술이 이뤄진다.

실상은 참혹할 지경이다.

기록이 남아있는 미야기 현의 경우를 보면 63년부터 81년까지 사이에 859명의 남녀에게 불임 수술이 이뤄졌고, 그 가운데 반수를 넘는 52%가 미성년자였다고 한다. 최연소는 9살 소녀 2명. 남자로는 10살짜리 소년이 불임 수술을 당했다.
22일 교도 통신은 대상자가 명기된 23개 도도부현(우리의 광역지자체)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반수가 넘는 13개 도도부현에서 미성년자에게도 강제불임 수술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여아의 경우 개복수술까지 해야 했던 만큼 얼마나 큰 상처를 어린 소녀에게 남겼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홋카이도와 치바에서 '11세', 야마가타·가나자와·기후·교토에서 '12세', 후쿠시마·미에·나라·히로시마에서 '13세' 등등 각 지역에서 얼마나 어린아이에게까지 강제 불임수술을 했는지 이제서야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실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이니치 신문은 '위생연보'를 조사한 결과 모두 1만 6,475명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수술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을 보면 심지어 50년대 지자체의 책자에는 "우생 수술 1,000건 돌파", "전국 1위 실적" 등등의 기술이 있다고 한다. 수술을 장려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 간 '인간 선별하기'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96년까지 불과 22년 전까지 20세기 일본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에는 적법했다."...사과조차 않는 일본 정부

이러한 야만적 행위에 대해 UN 위원회는 지난 98년 보상을 권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당시는 적법이었다"며 보상은 커녕 정확한 조사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같은 정책을 폈던 독일이 이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했고,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75년까지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스웨덴이 97년 어두운 진실이 알려진 직후 조사에 착수해 99년 피해자에 대한 보상법을 제정한 것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의 태도는 이해조차 불가능할 지경이다.

지난 1월 우생보호법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지난 1월 우생보호법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피해자들 가운데 지적장애인도 상당수여서 피해자 당사자에 의한 문제 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 지난 1월에야 처음으로 미야기 현에서 60대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다라고 하는 헌법 1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과거를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어두운 과거를 애써 외면하며 현재를 면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보면, 많은 부분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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